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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시도와 한계

orange14-19 2025. 2. 22. 13:41

출처 : 서울신문

바티칸 내부 개혁 시도와 구조적 장애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교황청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로마 쿠리아(교황청 관청) 개편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추기경 자문위원회를 조직하고, 새 헌장 「복음을 선포하라」를 도입하는 등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개혁의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며, 구조적 저항으로 인해 상당 부분 좌초되었다.

교황청 내부의 강고한 기득권과 관료주의적 행정 체계는 개혁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초기부터 일부 고위 성직자들의 저항과 보수 세력의 반발에 직면했다. 교황이 절대적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가톨릭 교회의 오랜 전통과 내부 관행이 개혁을 어렵게 만들었다.

가톨릭 교회는 중앙집권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권이 교황에게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혁은 성직자 계층의 동의 없이는 추진되기 어렵다. 개혁안이 제시되더라도 기존 권력층이 이를 무력화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개혁의 실효성이 약화되었다. 이는 가톨릭 교회의 개혁이 본질적으로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황청 재정 투명성 강화 노력과 지속되는 문제

바티칸의 재정 운영은 오랫동안 불투명성과 부패 문제로 논란이 되어왔다. 이에 대응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외부 감사를 도입하고, 바티칸은행 개혁을 추진하는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기존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개혁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교황은 부패 혐의를 받은 일부 추기경을 기소하고, 재판에 회부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으나, 이러한 조치가 교황청 전반에 걸친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교황이 임명한 첫 재무추기경과 회계감사관이 내부 반발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개혁의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교황이 특정 성직자들의 부패 혐의를 두둔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을 스스로 제공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현재 교황청의 재정 적자는 지속되고 있으며, 바티칸의 재정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이는 가톨릭 교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개혁이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성직자 성추문 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응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 성추문 문제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묵인된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개혁 조치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 교황은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을 바티칸으로 소집해 성학대 방지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후 교황 칙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를 발표하며 성직자 성범죄 은폐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대부분 선언적 성격에 머물렀고, 가톨릭 교회의 문화와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교회가 성추문 사건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일반 사법 체계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기 어려웠으며, 교회 내부 법정에서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가해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지는 사례가 많았다. 현재 바티칸은 성추행 가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며, 조사를 받은 주교의 명단조차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교황이 설치한 "미성년자 보호위원회" 역시 실질적인 권한 없이 형식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신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으며,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교회가 신자들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은폐하는 행태는 심각한 도덕적 위선으로 비판받고 있다.

환경 보호, 사회 정의 및 소수자 포용 정책의 한계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 변화 대응, 빈곤 문제 해결, 사회적 약자 보호 등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신앙인의 도덕적 책무로 규정하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회의 선언적 입장과 실제 정책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톨릭 교회는 여전히 여성의 성직자 서품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성애에 대한 공식 입장도 변화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를 배척하지 않겠다고 언급했으나,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에 불과했고, 가톨릭 교회는 여전히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혼한 신자의 성체성사 참여를 일부 허용하는 등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보수 세력의 강한 반발로 인해 실질적인 교리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회의 개혁 시도가 시대적 가치 변화에 맞추려는 의도였으나, 근본적인 교리 자체가 변하지 않는 이상 개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가톨릭 교회의 개혁은 선언적 수준에서 그칠 뿐,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가톨릭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내부적으로 변화할 능력이 부족한 조직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