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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 언론은 어떤 프레임으로 그를 만들고 있는가

orange14-19 2025. 5. 31. 09:10

출처 : EPA 연합뉴스

 

가톨릭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이미지 구축 전략

2025년 5월 8일,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며 '레오 14세'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의 등장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19세기 이후 처음으로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 그는 교황 프란치스코에 이어 두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라는 지리적 상징성도 갖는다.

본 포스팅에서는 주요 가톨릭 언론—바티칸 뉴스, Catholic News Agency(CNA), National Catholic Reporter(NCR) 등—의 보도를 바탕으로, 언론이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언론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프레임과 수사적 전략을 검토하고, 이러한 보도들이 실제 교회 개혁 과제나 구조적 현실과 어떤 간극을 보이는지를 평가한다. 또한, 교황의 ‘인간적인 일화’들이 언론에 의해 전략적으로 소비되는 방식도 함께 고찰할 것이다.


1. “역사적 인물”로서의 프레임: 첫 미국인 교황, 그리고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다수의 언론은 레오 14세가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점을 강하게 부각했다. CNA를 비롯한 미국 주류 매체들은 일제히 “First American Pope”라는 헤드라인을 사용하며 그의 출신과 문화적 배경을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페루 등 그와 연고가 있는 국가들도 자국 언론을 통해 그를 “우리 출신 교황”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페루 매체는 “치클라요의 아들(Habemus Papa Peruano)”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가 페루 시민권자이자 치클라요 교구장을 지냈음을 부각했다. 이는 교황직에 대한 문화적 귀속 욕망과 동시에, 세계화된 교회 이미지의 형성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NCR은 이와는 결을 달리하며, 교황의 핵심 정체성은 국적이 아닌 그의 아우구스티노회 소속이라는 수도회 배경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교황은 특정 국가의 대표가 아니라, 보편 교회의 수도자적 사명을 수행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언론이 국적 중심의 프레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영성과 보편성이라는 교회적 본질에 주목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2. “소박한 인간미” 프레임: 교황의 사적 일화와 전략적 소비

레오 14세 교황의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 보도들도 눈에 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헬스장 트레이너 일화’다. 교황 선출 전, 그는 바티칸 인근의 한 일반 헬스장을 ‘로버트’라는 이름으로 등록해 조용히 이용해왔고, 담당 트레이너는 TV 보도를 보고서야 자신이 지도하던 회원이 교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론은 이 일화를 통해 교황의 겸손함, 일상성과 자기관리를 부각하며, 그를 권위적 성직자라기보다는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더불어 레오 14세가 테니스를 즐기며,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도 보도되었다. 이 같은 일상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요소들은 교황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대중적 호감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강화된 ‘소박한 목자’ 이미지를 그대로 계승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가 과도하게 강조될 경우, 교회의 구조적 과제나 개혁의 긴급성은 흐려질 수 있다. 고급 헬스장과 테니스 코트, MLB 팬이라는 ‘대중적’ 서사는 실제로는 중산층 이상의 문화 자본과 연결되어 있으며, 가난한 교회의 현실과는 괴리될 수밖에 없다. 이는 성직자와 신자의 계층적 거리, 교회 지도자의 생활양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구하게 한다.


3. “개혁의 계승자, 소통하는 리더” 프레임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기조를 잇는 인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바티칸 뉴스는 그가 첫 대중 인사에서 프란치스코가 즐겨 사용한 문구인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길”을 인용한 점에 주목하며, 이를 전임자에 대한 연속성과 존경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그는 추기경단을 대상으로 한 첫 연설에서도 “교회를 포용의 공동체로 만들고, 버림받은 이들에게 다가가는 교회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개혁 정신에 대한 헌신을 재확인했다. CNA는 이와 관련해 “레오 14세는 Vatican II의 아들이며, 그의 수도회적 영성은 공동합의성과 형제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노달리티 개혁 과정에 꾸준히 참여해온 이력을 통해, 수직적 권위가 아닌 수평적 소통을 지향하는 지도자로 이미지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 대한 견제도 존재한다. 보수 성향의 National Catholic Register는 교황이 첫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 착용한 전통적 복장(붉은 모제타, 흰 로케트 등)에 주목하며, 프란치스코보다 전통주의적 성향을 띨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NCR의 마이클 숀 윈터스는 “복장에 지나친 해석을 부여하지 말아야 하며, 레오 14세의 본질은 수도자적 영성과 아우구스티노적 리더십에 있다”고 반박했다.


4. 반복적 수사와 서사의 구조적 특징

가톨릭 언론이 교황 레오 14세를 묘사하면서 사용한 표현과 수사에는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존재한다.

  • 상징적 첫 인물 강조: “첫 미국인 교황”, “첫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등의 표현을 통해 역사적 전환점을 강조함으로써, 교황직에 대한 상징 자본을 극대화하고 있다.
  • 겸손·소탈·균형 등의 형용사 반복: 교황의 인품에 대한 긍정적 형용사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신뢰감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 일상어와 대중문화의 활용: “헬스장”, “테니스”, “야구”, “피자” 등과 같은 단어를 활용하여 교황을 문화적으로 친숙한 인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 성경적 상징과 전임자 인용: “목자”, “양 떼”, “형제애” 등의 영적 은유가 자주 등장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자주 인용함으로써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한다.

결론: 프레임 너머를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레오 14세 교황의 등장은 분명 가톨릭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언론이 형성한 프레임들은 그를 긍정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특히 ‘개혁 계승자’, ‘소통형 리더’, ‘소박한 인간’이라는 세 가지 서사는 폭넓은 수용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이 교회의 현실적 과제—특히 성직주의 해체, 여성 참여 확대, 재정 투명성 확보, 약자에 대한 실질적 연대—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며,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언론이 만들어낸 이상화된 이미지를 넘어, 레오 14세가 실제로 어떤 교회를 만들어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참고출처 - 주요 가톨릭 매체 및 언론 보도 인용 (Vatican News, Catholic News Agency, National Catholic Reporter )
1. CNA: Who is Pope Leo XIV? (2025.5.8
보도) 첫 미국인 교황 언급
2. Vatican News: Biography of Pope Leo XIV (2025.5.8)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교황 소개
3. NCR(Global Sisters Report): American? Peruvian? French? Augustinian... (2025.5.22)
국가별 보도 경향
4.
연합뉴스: 회원님이 왜 교황복을”… (2025.5.19) 헬스장 일화익명으로 다닌 사실과 트레이너 증언, 트레이너의 교황 체력 평가, 교황 취미 관련 언급
5. NCR: 'A pope in muddy boots': Viral photos... (2025.5.20)
홍수 현장 목회 이미지
6. CNA: Synod undersecretary: Leo XIV... (2025.5.22)
시노드 정신과 소통 강조
7. NCR(AP
통신): Pope Leo XIV pledges to pursue the reforms... (2025.5.10) 프란치스코 개혁 계승 발언
8. OSV News: Pope Leo XIV: the peacemaker... (2025.5.12)
첫 인사평화가 함께및 초반 행보
9. NCR(Opinion): Early reactions to Pope Leo XIV... (2025.5.16, M. Winters)
모제타 착용 해석 논쟁
10. Rorate Caeli
블로그: LEO XIV: Challenges... (2025.5.9) 교황이 직면한 과제 열거
11. TIME: Biggest Challenges Pope Leo XIV Faces (2025.5.8)
성학대 문제 등 지속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