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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피해자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세계청년대회'?

orange14-19 2024. 12. 30. 09:54

출처: 네이트 뉴스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청년들에게 신앙적 결속을 강화하고 희망과 영감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성 학대 문제와 이를 둘러싼 미온적인 대응을 고려할 때, 이러한 행사의 개최는 단순히 축제의 본래 의미를 훼손할 뿐 아니라,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는 수십 년 동안 만연했던 성 학대 사건과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며 심각한 신뢰 위기에 처했습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4815명이 성직자들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한 채, 가해자로 지목된 성직자들의 직위 해제를 주저하거나 배상금 지급조차 법적 판결 이후로 미루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더불어,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약속했던 기림비 건립이 최근 철회된 사례는 교회가 여전히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동시에, 교회의 도덕적 신뢰성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피해자 지지 단체가 리스본 전역에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가톨릭 교회에서 학대당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한 것은, 이번 세계청년대회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행사가 기존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청년과 성직자가 교류하는 대규모 행사로, 권력 관계와 신뢰를 악용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교회 내 성 학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인 권력 남용과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으며, 대규모 행사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더욱 드러나게 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 학대 문제에 대한 교회의 미흡한 대응은 축제에 참석한 청년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축제는 가능하다”는 인식을 조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뿐 아니라, 피해자와 청년 신자 모두에게 신앙과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는 축제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구조적 개혁을 시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 같은 과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단순한 무책임을 넘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을 내포한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교회의 도덕적 회복과 신뢰 재건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며, 책임 있는 행동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