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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를 조롱하고 학대한 간호사들, 그리고 침묵한 병원 시스템

출처 :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제공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 간호사들이 생후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생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SNS에 “낙상 마렵다”는 등 아기를 조롱하거나 위협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것이다. “진짜 성질 더럽네”와 같은 폭언도 서슴지 않았으며, 해당 행위는 사진과 함께 공개되기까지 했다. 보호자들은 “설마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을 줄은 몰랐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여론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일회성 부주의나 개인의 일탈에서 그치지 않는다. 피해 아기의 부모에 따르면, 관련 게시물은 2023년 8월부터 지속적으로 업로드되어 왔으며, 복수의 간호사가 이에 가담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병원 측은 해당 기간 동안 어떠한 문제도 인지하지 못한 채 방관해왔으며, 신생아실에 기본적인 감시 장비인 CCTV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내부 고발이 없었다면, 이 사안은 여전히 은폐된 채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톨릭 정신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관에서 이 같은 윤리적 결함과 통제 실패가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의료사고 이상의 충격을 안긴다. 피해자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간호사 외에도 최소 3명의 간호사가 추가로 학대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추가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병원 측 또한 뒤늦게 사실관계를 조사한 끝에 해당 간호사가 혐의를 인정했으며, 추가 피해 사례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본 사태가 결코 개인의 일탈로 축소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임을 방증한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병원 측의 대응

그러나 병원 측의 초기 대응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기보다는, 조직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한 관계자는 “신생아실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고 하면서도, “다른 간호사들까지 동일시될까 우려된다”며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 조직 내 통제 실패와 윤리 교육 부재, 관리 감독 책임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태도는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피해 아기의 아버지 또한 “병원 교수와 신생아실 센터장까지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병원 본부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더욱이 사건 발생 이후에도 병원은 공식적인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을 즉시 발표하지 않았고, 보호자 측 역시 “아직까지 그 어떤 조치도 받은 바 없다”고 호소했다. 병원장이 뒤늦게 보호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사회적 공분이 커진 뒤에야 내놓은 대응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톨릭 병원으로서의 책임, 어디에 있는가

이번 사건은 ‘가톨릭’이라는 명칭이 갖는 도덕적 권위와 신뢰가 과연 실제 운영과 관리 체계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 존엄성과 생명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는 종교적 의료기관에서, 정작 가장 연약한 생명을 돌보는 공간에서 집단적인 조롱과 학대가 자행되었다는 사실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대한간호협회조차 “간호사는 생명을 보호하고 돌보는 사명을 지닌 존재”임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의 본질이 직업윤리의 심각한 훼손임을 지적했다.

문제 발생 이후에도 병원 측은 ‘가톨릭’이라는 상징성 뒤에 숨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인상을 주었다. 이는 과거 일부 종교기관들이 내부 문제를 쉬쉬하며 은폐하다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의 대응에서도 그러한 무책임과 조직적 오만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유사한 사례는 이미 과거에도 존재했다. 2019년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도 간호사가 생후 5일 된 신생아를 학대하여 중태에 빠지게 한 사건이 있었고, 법원은 해당 간호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에도 병원의 통제 부재와 윤리 교육의 허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유사한 일이 종교 기반 대형병원에서 반복되었다는 점은, 해당 기관이 이전 사례로부터 전혀 학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의료기관, 특히 신생아를 다루는 특수 부서에서는 한 사람의 일탈조차 조직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병원 측은 즉각적인 공식 사과와 함께, 다음과 같은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 신생아실 포함 전 병동에 CCTV 설치 의무화
  • 의료진의 윤리 의식 강화를 위한 정기적 교육
  • 내부 고발자 보호 및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
  • 피해자 보호 및 회복을 위한 병원 차원의 실질적 지원

무엇보다도,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의 윤리적 책임감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온전히 인식하고, 병원 운영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야말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그간 안일하게 유지되어 온 병원 문화와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인간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인의 일탈’이라는 문구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종교적 권위를 내세우는 기관일수록, 더욱 높은 도덕성과 책임의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로써 자신들이 내세운 ‘생명 존중’의 가치를 증명할 것을 대구가톨릭대병원에 강력히 촉구한다. 이 사건을 통해 다시는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끝까지 책임의 이행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