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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의 배경과 교황청의 중립, 그 한계

출처 : 매일경제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 관계가 결국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이어지며 중동 지역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수십 년간 사이버 공격, 과학자 암살, 대리전 양상으로 이어져 온 양국의 적대는 이제 물리적 군사 충돌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과 이란의 보복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 공군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 아래 이란 핵시설과 군사 지휘부를 겨냥한 대규모 선제 공습을 단행했다. 타격 대상에는 테헤란 인근의 나탄즈 핵시설과 혁명수비대 본부가 포함됐으며, 이 공격으로 고위 군 인사들이 사망하고 핵 관련 인프라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다. 특히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양측의 이틀간 충돌로 이란 측에서는 78명이 사망하고 320여 명이 부상했으며, 이스라엘 측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더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며 상황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 충돌은 단순한 양국 간의 무력 대치가 아니라, 시리아·레바논·예멘 등 이란과 연계된 시아파 세력 전반의 동요를 촉발했고,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의 전략적 개입 가능성까지 높아지며 지역 전체가 불안정한 전시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교황청의 반응: 도덕적 중재자의 한계

이번 사태에 대해 로마 교황 레오 14세는 사태 발생 다음 날인 6월 14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공식 연설을 통해 “책임과 이성”을 호소하며 분쟁 당사국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누구도 타국의 존재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존중과 대화”를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보편적인 윤리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연설은 핵심 쟁점인 선제 공격의 주체, 즉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회피함으로써, 사실상 도덕적 등가론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교황은 분쟁을 유발한 공격 행위와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일선상에 놓는 효과를 초래했다.

이는 과거 사례와 유사한 양상을 띤다. 예컨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침공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군을 직접 비판하지 않음으로써, 우크라이나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회피”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사태에서도 교황청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그러한 중립은 현실의 불균형을 외면한 형식적 균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황청 외교의 구조적 한계

교황청은 전통적으로 무력이나 제재 수단 없이 도덕적 권위를 기반으로 외교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군사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에서, 도의적 언급만으로 분쟁 해결을 유도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교황의 발언 이후에도 대치 수위를 높였고,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교황청이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강제 수단 없이 전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교황청은 어느 한 편에 서는 대신 '평화와 대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로 인해, 구체적 책임 규명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모호한 입장을 반복하게 되고, 이는 결국 도덕적 신뢰도 약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선택적 개입과 이중잣대의 문제

교황청 외교의 비일관성은 이번 사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인권 탄압 등 다양한 국제 사안에서 교황청은 상황에 따라 개입 수위와 표현의 강도를 조절해 왔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고통을 언급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회적 표현을 사용해 왔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의 침략을 명확히 지적하지 않고 평화만을 호소하다 비판에 직면했으며, 이후에야 점진적으로 표현 수위를 높였다.
  •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과 홍콩 시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바티칸과 중국 정부 간 교회 협약을 고려해 사실상 침묵하거나 원론적 수준에 머무는 입장을 취했다.

이처럼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사안에서는 침묵하거나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반면, 유럽이나 미국의 무기 산업, 이민 정책 등에는 비교적 날카로운 비판을 내놓는 이중적 태도는 교황청 외교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결론: 도덕적 리더십의 조건

레오 14세의 평화 호소는 분명 선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 이성적 해법을 촉구하려는 진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분명한 언급 없이 중립만을 유지하는 도덕적 언설은 실질적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

오늘날 종교 지도자의 역할은 단순한 상징적 메시지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특히 군사 충돌과 인권 침해가 난무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교황청은 보다 용기 있게 구체적 책임을 지적하고, 약자에 대한 명확한 연대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립은 때로 침묵의 공범이 될 수 있다. 정의 없는 평화는 공허하며, 현실의 불균형을 외면한 도덕은 윤리적 신뢰를 지탱할 수 없다. 교황청이 진정한 평화 중재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화’라는 추상적 기표에 기대는 것에서 벗어나, 구체적 정의와 책임을 말하는 도덕적 용기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