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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

교황청의 그림자: 바티칸 은행과 재정 부패의 역사

2025년 5월 8일, 제266대 교황으로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 그러나 세계적 패권국인 미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교황직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겉으로는 평화와 정의를 외치지만, 교황청이 종교적 본질을 잃고 물질적 이익을 좇는 행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가톨릭교회의 도덕적 권위 이면에 감춰진 교황청 재정 부패의 실체, 특히 **바티칸 은행(IOR)**을 중심으로 한 사례들을 조명한다.

바티칸 은행: 신성함과 부패 사이

**바티칸 은행(Istituto per le Opere di Religione, IOR)**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설립되었다. 설립 목적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자금을 관리하고 선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었지만, 실제 운영은 고도의 자율성과 기밀성에 기반한 비공개 금고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폐쇄성은 오랜 기간 동안 부정 행위와 비리의 온상이 되어 왔다.

은행 외관은 요새처럼 견고하고 비밀스럽지만, 그 내부에서는 수차례 돈세탁, 배임, 비자금 은닉 등의 부정 행위가 드러났고, 이는 교회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주요 부패 사건 사례

● 1970년대: 마피아 자금과의 연루

이탈리아 금융업자 미케레 신도나가 바티칸의 자문역으로 활동하면서, 교황청은 마피아 및 비밀결사 P2와의 연결 의혹에 휘말렸다. 신도나가 이끌던 프랭클린 국립은행의 파산은 교회에 약 3,500만 리라의 손실을 안겼고, 이후 그의 사망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 1982년: 암브로시아노 은행 파산 사건

바티칸 은행장 폴 마르친쿠스 대주교는 이탈리아의 대형 금융기관인 암브로시아노 은행에 보증을 제공했고, 해당 은행이 파산하자 사기와 파산 방조 혐의를 받았다.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는 도주 후 런던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바티칸은 결국 2억 2,400만 달러를 배상했다. 이 사건은 바티칸과 조직범죄, 불법 금융 거래 사이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1999년: 나치 약탈 자산 은닉 의혹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 따르면, 나치와 크로아티아 우스타샤 정권이 약탈한 자산이 바티칸을 통해 은닉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비록 국가 면책 특권으로 소송은 각하되었지만, 바티칸 재정이 역사적 전쟁 범죄와도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드러났다.

● 2010년: 이탈리아 당국의 돈세탁 수사

바티칸 은행은 약 2,300만 유로의 자금 흐름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바티칸이 국제 자금세탁 방지 기준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했으며, 당시 은행장인 에토레 고티 테데스키가 수사 대상에 올랐다.

● 2021년: 최고위 인사의 유죄 선고

전직 바티칸 은행장 앙젤로 칼로야는 부동산 거래를 조작하여 거액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8년 11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는 교황청 역사상 최고위 성직자가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내부 고발과 투명성 결여의 문제

바티칸 은행의 지속적인 부패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 교황청의 치외법권을 악용한 수사 회피
    예: 마르친쿠스 대주교의 신병 요청 거부
  • 폐쇄적 금융 운영과 외부 감시 부재
    예: 2013년 이전까지 연례 재무 보고서 미공개
  • 내부 고발의 부재 및 제도적 은폐
    예: 스카라노 신부의 자금 밀반입 공모 혐의

바티칸의 금융 시스템은 마피아 조직 등 범죄 세력의 자금세탁 창구로 악용되었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었고, 실제로 관련 인물들이 자문 또는 중개인으로 활동한 사례도 드러났다.


개혁 노력과 남아 있는 한계

2010년대 이후 교황청은 개혁에 나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금융정보청(AIF)**을 신설해 금융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기 시작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취임 직후 수상한 계좌 수백 개를 폐쇄하고, 외부 회계법인 감사 및 연례보고서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개혁의 성과는 제한적이다.
2023년 기준, 바티칸 은행은 여전히 약 54억 유로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그 운용의 투명성과 윤리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교황청 국무원청의 런던 부동산 투자 스캔들 등은 구조적 부패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교황청의 재정 투명성은 왜 중요한가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오랜 부패와 스캔들은 가톨릭교회의 도덕적 권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신도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으며,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교황청이 내부 개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명확하다. 외부 감시 체계와 국제 기준에 맞춘 투명한 시스템 도입 없이는, 이러한 부패의 역사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교회가 진정으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성스러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철저한 재정 개혁과 윤리적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