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넘는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사제직은 철저히 남성의 전유물로 유지돼왔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신학계와 신자들 사이에서는 여성도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교회는 이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6년, “여성은 영원히 사제가 될 수 없다”며,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여성 서품 불가 원칙이 “영원히 유효하다”고 선언했다. 그는 여성들이 교회 안팎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여성 배제 구조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바티칸은 예수가 열두 제자를 모두 남성으로 선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전통을 이어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신교를 포함한 여러 교단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여성 목사와 주교를 허용해왔다. 심지어 가톨릭 내부 연구에서도 여성 서품에 성경적·신학적 장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1976년 교황청 신학위원회는 여성의 사제 서품이 본질적으로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제출했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1994년 여성 사제 논의를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현재도 여성 신자들은 교회 활동의 중심에서 헌신하고 있음에도, 성직 진입과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에 대해 가톨릭 여성 단체들은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며, 더 이상 납득할 수 없는 불평등”이라며 비판한다. 이들은 교회가 여성에게 ‘더 중요하지만 불평등한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성 역할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교회의 이러한 구조는 현대 사회의 성평등 의식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을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교회의 태도는 특히 젊은 세대와 지식인 사회에 깊은 이질감을 안긴다. 이는 가톨릭 교회가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고립된 조직으로 인식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러한 요구를 계속 외면한다면, 교회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쇠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지성주의의 유산: 진화론과 지동설에서 교회가 배워야 할 것
가톨릭 교회는 오랜 역사 속에서 과학과 충돌하며 종종 반지성주의적 태도를 보여왔다. 대표적 사례가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탄압이다. 17세기,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받고 여생을 가택연금으로 보내야 했다. 교회가 그의 주장이 옳았음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1992년, 즉 359년이 지난 후였다.
진화론에 대한 반응도 유사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후, 가톨릭 교회 내 상당수 성직자들은 이를 부정하거나 공격했다. 인간은 아담과 하와로부터 유래했다는 전통적 교리를 고수한 것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진화를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가설”로 간주했지만, 인간의 영혼은 신이 직접 창조했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후 요한 바오로 2세가 1996년에 진화론을 “단순한 가설 이상”이라며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했지만, 이미 과학계에서는 진화론이 정설로 자리 잡은 이후였다.
그 사이 일부 가톨릭 고위 성직자는 진화론을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지적설계론을 옹호함으로써 교회 내 혼선을 초래했다. 이는 과학계뿐 아니라 지성인 사회에서도 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근대 이후 과학은 검증과 합리성에 기반해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교회는 반복적으로 과학적 사실보다 교리를 우선시하며,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외면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누적된 태도는 교회가 계몽주의 이후의 근대정신을 여전히 완전히 수용하지 못한 조직임을 보여준다. 과학과 이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모습은 교회를 반지성적 집단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특히 청년 세대일수록 종교보다 과학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이런 행보는 장기적으로 신뢰 기반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변화 없는 교회, 쇠퇴는 필연이다
가톨릭 교회는 여성 성직자 문제뿐 아니라, 과학에 대한 입장 등 다양한 현대 이슈에 있어 시대의 흐름과 충돌하고 있다. 한때는 교리와 권위로 사회를 이끌 수 있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특히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교리는 신자들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추세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가톨릭 신자의 수는 급감하고 있으며, 남아 있는 신자들도 교회의 교리를 모두 수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선택해 믿는 ‘선별적 신앙’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교회가 변화보다는 고수를 택한 결과다. 교황청은 주요 논쟁마다 ‘교황 무류성’ 등의 권위를 앞세워 토론을 차단했고, 이는 조직을 더욱 경직된 권위체계로 만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교회를 고립된 봉건 조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여성과 청년, 성소수자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하지 못한 교회의 구조는, 결과적으로 스스로 쇠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일부 평론가는 가톨릭 교회가 “변화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통해 스스로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교회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명확한 교훈을 준다.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도태된다.
교회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개혁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기존 권위에만 의존하다 스스로 영향력을 잃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쇄신을 거부한 종교 조직이 과연 얼마만큼 지속 가능할지, 교회는 이제 그 해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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