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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유와 법치주의 사이: 세계로교회 압수수색 논란을 바라보며 최근 기독일보에 게재된 「세계로교회 압수수색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세계로교회와 고신총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면서, 종교 언론이 지켜야 할 중립성과 공적 책임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기사는 부산경찰청이 손현보 목사를 상대로 진행한 압수수색을 "헌법상 종교 자유 침해"이자 "전례 없는 종교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안의 사실관계와 법적 맥락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특정 교단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종교와 법치주의 사이에 존재해야 할 건강한 긴장 관계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이번 사안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 종교의 자유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며, 종교 단체는 공적 책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종교적 중립성..
두 대륙을 거친 비극: 안토니오 프로볼로 청각장애인 학교 성폭력 사건 가톨릭 성직자의 아동 성범죄 문제는 미국 사례를 통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교회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건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안토니오 프로볼로 청각장애인 학교 성폭력 사건은 그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해당 사건은 수십 년에 걸쳐 청각장애 아동들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성범죄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교회 조직이 이를 인지하고도 방조했다는 점에서 특히 충격적이다.195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장기적 학대사건의 발단은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 위치한 프로볼로 청각장애인 학교다. 이곳의 졸업생 67명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신부와 수도사들에게 지속적인 성폭력과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2009..
심기열(야고보) 신부 면직 사건: 한국 천주교 내부 구조의 민낯 대구대교구 소속 젊은 사제인 심기열(야고보) 신부는 2022년 12월 말, 교구로부터 갑작스러운 면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교구가 공개한 공식 사유는 “교회법 위반 및 명령 불순종”이지만, 통보 당시 심 신부와 신자들에게 전혀 구체적인 설명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면직 인사발령 공지에는 단순히 “12월 31일부로 ‘휴양’에서 ‘면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만 적혀 있었을 뿐입니다. 평신도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투명성은 내부 문제 제기에 대해 사제가 응답조차 받을 수 없는 교회 문화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내부 비판의 용인 불가: 숨겨진 동기조사 결과, 면직의 실질적 계기는 교회 내 문제를 공론화한 심 신부의 ‘내부 고발’에 있습니다. 2021년 말, 보좌신부였던 심 신부는 A본당 주임신부가 ..
교회의 재정 운영과 상업화: 신앙과 자본 사이의 균형 1. 교회 재정의 수익 구조와 운영 방식가톨릭교회의 중심인 바티칸은 단순한 종교 기관을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경제 운영체로 기능하고 있다. 바티칸 시국은 자체적인 생산 기반이 거의 없는 특성상, 주된 수익원을 관광산업과 자산 운용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예로, 바티칸 박물관은 연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2019년에는 약 700만 명의 관광객으로부터 약 1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익은 운영비를 제하고도 상당한 순이익으로 교황청의 재정에 기여해왔다.그러나 이러한 수익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관광 수익이 25~45% 급감하면서 바티칸 재정은 위기를 맞이했다. 이는 교황청의 재정이 얼마나 관광 중심의 상업 활동에 의존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가톨릭 교회는 왜 여성을 배제하는가: 성직자 불허 문제를 중심으로 2000년이 넘는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사제직은 철저히 남성의 전유물로 유지돼왔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신학계와 신자들 사이에서는 여성도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교회는 이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6년, “여성은 영원히 사제가 될 수 없다”며,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여성 서품 불가 원칙이 “영원히 유효하다”고 선언했다. 그는 여성들이 교회 안팎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여성 배제 구조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바티칸은 예수가 열두 제자를 모두 남성으로 선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전통을 이어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신교를 포함한 여러 교단은 이미..
‘선종’이라는 표현, 언론의 중립성을 시험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주요 언론은 일제히 ‘선종(善終)’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겉보기에는 경건하고 존중의 뜻이 담긴 단어처럼 보이지만, 이 용어를 언론이 별다른 설명 없이 받아쓰는 행태는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선종’은 단순히 평온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가톨릭 신앙 교리를 전제로 한 용어로,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마치고, 영혼에 대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종교적 의무를 완수하고 신의 심판 앞에 떳떳하게 섰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종교 내부에서 통용되는 이와 같은 개념을 세속 언론이 아무 비판 없이 차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언론은 사실을 전하는 동시에 공적 담론의 기준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특정 종교의 교리적 해석..
정교분리 원칙과 현실 사이: 가톨릭 교회의 정치 개입, 폴란드 사례를 중심으로 현대 민주사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은 헌법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으나, 실제 현실에서는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특히 가톨릭 교회는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사회적 현안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고위 성직자들이 정치적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폴란드에서 관찰된 가톨릭 교회와 정치권 간의 밀착은 정교분리의 원칙과 그 실천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주목된다.1. 폴란드의 정치-종교 결합 구조폴란드는 역사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사회 통합의 중심 역할을 해온 국가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집권한 법과 정의당(PiS) 정권 하에서는 교회와 정치권 간의 유착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교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특히 낙태법 개정과 성소수자 이슈에서 두드러졌다. 202..
성직자의 탈을 쓴 범죄, 그리고 교회의 조직적 침묵 최근 호주의 가톨릭 사제 앤서니 피어스(84)가 과거 교구에서 저지른 아동 성범죄를 자백한 끝에 징역 4년 1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제의 지위에 있을 당시 아동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학대를 저질렀고, 피해자는 법정에서 “그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며 그 고통을 토로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과거의 범죄가 아니라, 종교라는 보호막 속에서 반복되어온 고질적 구조의 민낯을 드러낸 단면에 불과하다.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드문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세계 곳곳에서 가톨릭 성직자에 의한 성범죄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교회의 대응은 상투적인 침묵과 은폐, 그리고 미온적인 사과에 머물고 있다. 종교적 권위를 등에 업은 이 범죄들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사회 전체에 종교..
보수의 탈을 쓴 사이비화? 예장 합동 교단의 구조적 문제와 신뢰 위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 합동)은 한국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대표적 보수 교단으로 오랜 전통과 영향력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를 보면, 그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회 권력의 사유화, 비판 봉쇄, 시대정신과 괴리된 교리 해석 등 일련의 행태는 “예장 합동이 정통 교단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사이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1. 목회직 세습과 교회 권력의 대물림예장 합동은 2013년 직계 자녀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하는 ‘세습’을 금지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는 세습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과 교회 내 자정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조치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그 결의는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이후 ‘세습’이라는 단어 자체를 공적 논의에서 배제시키며 제도화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취 논란, 다시 불거진 ‘종신제 교황직’의 딜레마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교황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아직 실현해야 할 많은 계획이 남아 있다”며, 스스로의 직무를 평생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각한 직무 불능 상태에 이르지 않는 한 조기 퇴진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겉으로는 헌신의 표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요 언론과 종교 평론가들은 이를 ‘권력에 대한 개인적 집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교황직을 끝까지 유지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당시 그는 파킨슨병 등으로 심신이 크게 쇠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임종 직전까지 교황직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숭고한 희생’이라는 찬사와 함께, 교황청의 기능 마비 및 운영 투명성 ..